51차 집담회가 흑석동에 있는 중앙대 병원에서 열렸다. 새롭게 지은 건물이어서 그런지 매우 깨끗하고 산뜻하게 보였다. 130명 이상의 많은 선생님들과 협찬업체들이 강당을 꽉메운 매우 성공적이고 성황을 이룬 집담회였다. 준비된 증례는 총 19증례였으나 시간 때문에 9 증례만 발표된 것이 아쉬웠다. 금번 집담회 부제가 " 내가 경험한 missed colorectal cancer" 여서 많은 증례가 missed colorectal cancer들 이었다. missed colorectal cancer란 다른 말로 interval cancer(중간암)로도 이야기 할 수 있다. 중간암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첫째 내시경 기술의 미숙함(불완전 용종절제술, 용종이 주름뒤에 있어 발견이 안되는 경우 등), 둘째, 장정결이 잘 안되었을 경우, 셋째, 조직학적으로 빨리 자라는 de novo cancer등으로 그 원인을 생각 할 수 있다. 오늘 발표된 증례들은 이런 모든 원인을 다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먼저 을지대학에서 발표한 증례는 불완전한 용종절제술의 경우인지 아니면 de novo cancer인지가 논란이었다. 최초 용종절제술시 점막하층 1000um까지만 침범이 되었는데, 약 1년후에 심한 전이와 함께 대장암이 발견된 증례였다. 먼저 불완전한 용종절제술을 생각할 수 있지만, 대장암을 절제한 수술 표본을 조사해 보았을 때, 주 병변 옆에 5mm크기의 점막하층을 침범한 암이 발견되어 새로 발견되어 수술한 병변도 아마 매우 성장이 빠른 de novo cancer임을 배재할 수 없었다. 길 병원 증례는 6개월 전에 시행한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단지 회맹부변형이 있다고만 한 증례로 다시 6개원 후에 시행해 보았을 때 중간 횡행결장에 관강을 막는 종괴가 관찰되었다. 따라서 처음 시행한 내시경의는 종괴부분을 아마 변형된 회맹부로 오인한 것으로 생각이 된다. 이 증례의 교훈은 내시경시 끝까지 회맹부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고, 환자를 위해서나 법적인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도 회맹부의 확인은 필요하다. 다음은 한양대 증례로 5년동안 세 번의 내시경을 시행하였고, 그 내시경을 시행하는 동안에 용종절제술을 시행하였지만 대부분은 hyperplastic polyp이거나 adenoma였다. 세번째 내시경 시행 후 1년반 만에 다시 대장내시경을 시행하였는데, 내시경상 용종이 있어 용종 절제술을 해보니 cancer가 발견되었다. 과거의 내시경을 다시 재검토 해보니 해보니 중간암의 원인으로 장정결이 불량하였거나 현재의 대장암의 위치로 봐서는 주름뒤쪽에 있는 병변을 놓쳤을 가능성으로 생각된다. 이 증례의 교훈은 장정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 좀더 꼼꼼한 내시경 시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대 안산병원 증례는 전형적으로 불완전 용종절제술에 의한 중간암라고 생각되며, 이 증례의 교훈은 분완전 절제가 되었거나, 혹은 고도이형성을 동반할 경우에는 단기간에 추적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미있었던 증례로는 아주대 병원 증례로 결핵으로 인한 염증 병변에 가려진 대장암 증례였다. 장 결핵 치료가 완전히 시행된 후 추적내시경을 하였고, 추적내시경상 약간의 점막변화가 관찰되어 조직검사를 시행하였다. 조직검사상 선암이 나온 증례였다. 대부분의 장결핵일 경우 치료 후 2-3개월내에 내시경을 시행하여 치료의 효과를 확인한다. 하지만 치료 종료 후 내시경을 다시 확인하는 경우는 드물며, 장결핵이 완전히 치료되면 섬유화와 같은 점막의 변형이 일어나서 조직검사하는 일은 매우 드물지만, 이 증례는 조직검사를 시행하여 선암이 나온 아주 재미있는 증례이다. 독수리 눈을 가진 아주 뛰어난 내시경의가 내시경시행 하였거나 아니면 내시경을 시행한 의사가 내시경 초심자이어서 조금이라도 점막 변화가 있는 경우 모두 조직검사한 하는 경우로 생각된다. 어쨌든 굉장히 행운을 가진 환자이다. 이 증례에서 느낀 교훈은 꺼진불도 다시 보는 성싱함이 필요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관심을 가졌던 증례는 계명대 증례이다. 점막암인데도 불구하고 2년만에 림프절 전이가 나타난 증례로 이제까지의 기존지식과는 다른 경우였다. 즉, 위에서는 점막암일 경우에도 림프절전이가 관찰되지만, 대장에서는 점막암일 경우에는 림프절 전이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만약에 이 증례가 발표한 것처럼 병리학적으로 점막에만 있을 경우인데도 불구하고, 림프절 전이가 나타났다면 굉장히 획기적인 증례이고, 기존의 지식을 바꿀만한 증례이다. 진단과정과 치료가 어려웠던 cap polyposis증례나 EBV-associated lymphoproliferative disease증례, 그리고 우측의 anomaly of intestinal fixation에 의한 Rt. Side sigmoid colon의 diverticular perforation case 증례도 매우 흥미로웠다.
열심히 공부하는 동안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마칠 시간이 되었다. 어떤 시계보다도 제일 정확한 나의 배꼽시계가 소리를 질러댔다 “배고파요 밥주세요” 라고 최창환교수님이 미리 예약한 병원 근처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이름을 보는 순간 나는 매우 놀랐다. 그 이름하여 거구장. 그 유명한 경주 보문단지에 있다는 거구장이 서울까지 진출했단 말인가? 정말 오랜만에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행복한 상상하면서 그 식당으로 들어갔었다. 많은 선생님들이 참석하셔서 자리가 부족할 지경이었다. 역시 장 연구학회는 공부뿐만 아니라, 음주에도 친교의 자리에도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맛있는 고기가 들어오고 카리스마와 온화함을 동시에 지니신 김효종 회장님의 건배사와 함께 술이 몇 잔 돌았다. 김재규 선생님의 하혜와 같은 은혜로 그 귀하디 귀한 푸른 조니OO를 맛볼 수 있었다 역시 푸른 색이 최고인 것 같다 검은 것이나 붉은 것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조족지혈이다. 김주성 선생님의 100대100 폭탄이 돌면서 더욱 분위기는 화기애애 해졌으며 오고 가는 술잔 속에 평소에 속 깊은 이야기를 서로 풀어내며 진심어린 대화의 시간이 이어졌다. 그렇게 초여름의 밤은 깊어갔다. 이런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상한 나쁜 기운이 주방 쪽에서 감지 되었다. 총무님의 얼굴이 조금은 붉은색으로 상기 되어있었다. 주신(酒神)이 술 때문에 얼굴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인데 라고 생각하면서 주방 쪽으로 귀를 기울여 그 사연을 알아보았다. 아니 럴수 럴수 이럴수가 그 집의 고기가 다 떨어졌단다. 총무님이 충분히 당황할만한 사건 이었지만 나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중앙대 근처 최고 식당인 거구장의 침공 작전이 성공 했다는 증거였다. 그래야지 이것도 우리의 능력이야. 화끈 하쟎아. 능력이 출중하신 총무님이 어려운 난관을 등심에서 불고기로 대체하는 신공을 발휘하면서 다른 모든 사람들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가운데 이 어려운 난관이 조용히 마무리 되었다.
장연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인간애를 가진 진심 어린 사람들의 이야기와 서로의 격려 속에서 초여름 흑석동의 밤은 점점 더 깊이 저물어갔다. 어느 듯 헤어지는 시간이 되었다. 모두다 아쉬워하는 눈빛들은 칠월 칠석이 지나고 헤어져야 하는 견우 직녀의 마음에 비할 수 있으랴. 헤어지기 아쉬운 사람은 또 다른 장소에서 모여 더 깊은 대화를 계속하였다. 그 이후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 기억이 온전치 않다. 대신 그날의 일들이 좋은 영화의 장면처럼 파노라마와 같이 지나가 듯이 떠 오른다.
9월 2일 안산 고대에서 있을 다음 집담회가 무척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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